암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흔히 듣는 질문이 “대체 무슨 음식을 잘못 먹어서 이런 병을 얻은 건가요?”이다. 암 절제수술을 끝내고 퇴원을 앞둔 환자에게도 “앞으로 조심해야 할 음식은 어떤 것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 암환자의 40~80%는 임상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암환자가 영양부족에 이르게 되는 데는 크게 네 가지의 원인이 있다. 첫째, 암세포의 빠른 분열로 정상상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암’ 자체가 식욕을 떨어뜨린다. 세 번째는 치료과정 중 식욕변화, 오심, 구내염, 변비 등과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식욕감퇴가 발생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는 ‘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사실’이 환자들에게 심리적 우울증상 등을 유발해 식욕부진과 영양결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중 마지막 원인은 암환자에게 심리적 지지와 함께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영양 상태에 따라 적절한 필요에너지를 공급하고 환자가 가진 기저질환과 암의 종류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식 영양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적절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가감하여야 할 영양소를 제시하고, 환자의 질병상태와 관련하여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과와 그에 대한 자세한 상담과 교육 역시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교육과 지원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영양치료는 다른 치료와 달리 환자들이 매일 섭취하는 ‘음식’에 관련된 것인 만큼, 의료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와 보호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입에 맞지 않으면 섭취가 힘들다. 따라서 환자의 기호에 맞는 음식재료와 식단을 선별하고 환자가 단순히 ‘암환자’가 아닌 하나의 존중 받는 ‘인격체’로서 맛있는 음식을 접하고, 이를 직접 요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암은 단기간에 치료되는 질병이 아니다. 기나긴 여정과도 같은 장기간의 치료과정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를 지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의지할 동행이 있는 길은 더욱 힘을 내서 걸을 수 있는 법. 이러한 치료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인고의 일상’을 보내는 환자와 보호자가 ‘Well-Being’ 상태를 누리면서 최상의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의료진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