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신뢰의 힘이 필요한 우울증 /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백종우-교수▲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우울증, 자살, 트라우마 등으로 힘들어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함께 희망을 찾는 백종우 교수. 그는 환자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정신건강의학과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감기, 우울증도 치료해야 하는 질병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가 암 환자보다 더 많은 비율로 증가했다. 과거에는 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 환자들이 주로 병원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불면증 등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매우 흔한 병이지만, 자살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 저하 외에도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무가치감, 불안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데 이로 인해 직장과 학교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단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특징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으며, 앞으로 계속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일이 잘 됐을 경우에도 다음에는 그럴 리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환자 스스로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감정을 절제하는 게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탓에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답답함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어 조기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 우울증은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로 2개월 내에 70% 이상 회복되지만, 우리나라의 치료율은 15.3% 수준으로 낮은 현실이다.

 

환자와의 신뢰,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
백종우 교수가 효과적인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환자와의 관계다.“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관계입니다. 이를 ‘라포’라고 하는데, 라포를 형성하려면 초기 면담에서 무엇보다 환자의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감하며 함께 희망을 갖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도 분명 난치성 환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반드시 좋아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에 그때까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종우 교수는 의사로서 환자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 시점에서 환자의 최선을 고민하고, 가능한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충분히 알려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설령 환자의 선택이 전문가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신뢰관계가 깨지지 않고 더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머리 맞대고 함께하는 위기 극복 과정
정신건강의 문제에서 최악의 결과는 자살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높다. 자살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지만 정신과적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60% 이상이 자살을 생각하고, 10% 이상이 이를 시도한다. 만성신체질환으로 고통을 겪다가 백종우 교수를 찾아온 환자 역시 그랬다. “자살을 결심하고 빨랫줄로 목을 매려다가 팔이 아파서 포기했다는 환자가 있었어요. ‘나는 죽지도 못하는구나’ 하고 눈물을 흘리시다가 병원을 찾으셨는데, 다행히 지금은 잘 극복하셨습니다. 이분처럼 누구든 인생의 어느 시기에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 극복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정신건강의학과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백종우 교수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는 물론 웹기반 정신건강검진, 재난정신건강지침 등 여러 국책과제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중앙심리부검센터와 동대문구정신건강증진센터와 같은 지역사회 활동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협력과 파트너십으로 통합 치료 앞장서
지난 44년간 수많은 전문의를 배출한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는 8명의 전문의와 11명의 전공의 그리고 심리, 간호, 복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인, 소아청소년, 기분 장애, 암 스트레스 클리닉, 치매 클리닉 등 다양한 전문분야로 나뉘어 연 3만 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뿐만 아니라 정신보건이나 자살 및 치매 예방을 위해 동대문구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치매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4년 넘게 자살 시도자를 위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응급의학과와 함께 운영하는 등 통합적인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 보건의료제도)에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사용한 표어가 ‘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외래어가 스트레스라는 보도도 있지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셀프케어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고, 필요할 때 전문가를 찾는 마음가짐도 필요합니다.”부드러운 저음으로 조곤조곤 설명하는 그의 말이 환자들의 우울한 마음에도 한줄기 따사로운 빛으로 전달되길 기대해본다.

 

▶Doctor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 전문진료 분야 : 우울증 등 기분장애, 치매 및 기억장애
– 진료시간 : 수(종일), 화·토②(오전), 목(오후)
– 문의 : 02-958-8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