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사람 사는 맛’을 알려주는 기쁨이다 – It’s a Wig! 박철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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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수술과 항암치료 등을 거치며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항암치료 부작용인 탈모로 급격한 외모 변화를 겪으면 심리적인 고통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잇츠어위그의 가발 지원은 암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는 소중한 기부이다. 미국 뉴저지의 가발회사 ‘잇츠어위그(It’s a Wig!)’는 경희의료원의 암 환자에게 가발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지만 대표는 한국인 박철균 씨. 그에게 경희의료원 가발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박철균 대표와 It’s a Wig!

박철균 대표는 1997년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가발 소매점 ‘뷰티 서플라이’ 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소매업을 운영하다 2006년 가발 도매업을 시작해 가발회사 ‘It’s a Wig!’를 창립했다. 직원 6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35명으로 식구가 늘었고, 기업 규모와 매출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항암전문가발회사 ‘잇츠어위그’는 어떤 회사인가요?
잇츠어위그의 모토는 ‘감성을 담은 가발’로 인종에게 맞는 다양한 스타 일과 컬러의 가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암 환자들이 가볍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발 제품도 있는데 가발 기부는 미국에서도 진행 하고 있습니다. 미국암학회 주최의 ‘George Washington Bridge Challenge’ 행사에 해당 제품을 기부합니다. 한국은 경희의료원의 항암치료 환자들에게 전달하는데, 환자의 두피 보호를 위한 화학 물질 사용을 최소화했고 착용의 편안함과 간편함,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희의료원과의 인연, 기부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친분이 있던 피아니스트 서혜경 교수(경희대 음대)와 함께 미국 내 암 환자를 위한 가발 기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 교수가 배송까지 도움을 주었는데 지금은 모든 기부 과정을 회사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계기였지만 기회를 만들 어준 서혜경 교수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현재 미국 암 협회, 미국의 여러 병원, 경희의료원 등에 연 2,000개 이상의 가발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발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지원할 예정입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정착시키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지요?
가발 산업은 진부하고 보수적인 산업으로 비춰지지만 큰 오해입니다. 미국에서 가발은 액세서리, 의류 등과 같은 패션 제품과도 같아 늘 트렌드를 따라야 하는 사업입니다. 첫 2~3년은 트렌드를 좇지 못해 몇 번이나 실패하고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반복하니 유행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들의 업무 능력과 열정도 더욱 커져 기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회사 건물을 강타해, 한 달 동안 사무실 사용이 불가능했을 때 우리 직원 모두가 힘을 모아 외부 용역 없이 일주일 만에 업무를 정상화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직원들에게 고마운 일입니다.

 

기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아내와 저는 함께 일하고 함께 기부하기 때문에 보람도 두 배입니다. 물론 우리 부부가 더욱 노력해서 큰 자산을 모아 기부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가 가장 잘하고 오래 할 수 있는 기부는 필요한 곳에 가발을 기증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로 가발이 꼭 필요하거나 여건상 구매할 수 없는 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작은 도움을 지속하면서 기쁨을 나누는 것이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외의 기부문화를 볼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국에서는 기부가 하나의 사업이자 생활입니다. 어떤 명분 때문에 기부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기부를 이어가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 한 것’을 나누는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죠. 기부가 ‘무엇인가 남아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눈다는 것에는 대상이 무궁무진하므로 무엇이든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려 한다면, 우리의 기부문화도 더욱 아름다워질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