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어도 이 악물지 않기 / 구강내과 어규식 교수

4▲구강내과 어규식 교수

 

어규식 교수는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이사를 역임 중이고 아시아두개하악장애학회(AACMD) 정회원으로 해외 학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에 시달리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문다. 이런 습관이 누적되면 턱관절 근육에 무리가 가고, 심하면 턱관절 장애로 이어진다. 방치해도 후유증은 없지만 얼굴에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신경통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치아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룬다, 구강내과
“구강내과는 치과 중에서도 가장 비치과적인 과에요. 치아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룹니다.”
치과의사라면 보통 치아를 다룰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구강내과 어규식 교수의 전문 분야는 턱관절 질환, 구강안면통증, 구강건조증, 미각장애, 코골이 등. 충치 치료나 임플란트 같은 전형적인 치과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형님이 의사세요. 의대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되게 감명 깊었고, 본받고 싶었죠. 그 영향 때문인지 치대에 와서도 의대에 가까운, 그래서 가장 비치과적인 학문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젊은층에게 잘 나타나는 질환으로 먼저 턱관절 장애를 들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얼굴 근육에 힘이 들어가며 이를 앙다물게 된다. 자면서 이를 갈기도 한다. 이런 습관이 누적되면 턱관절 근육의 피로도가 높아지며 통증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턱관절 장애다. 음식을 씹을 때면 턱이 아프고 뻐근하며, 심하면 입이 안 벌어지거나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한다. 심한 두통과 함께 얼굴이 비뚤어지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다른 곳도 아니고 얼굴 주변이 아프니 환자들은 고통에 더 예민해진다.

 

이갈이가 있다면 턱관절 장애 의심
“턱관절 장애는 20~30대 여성에게 잘 발생하는데요, 심한 통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다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치료하지 않고 놔둔다고 해서 후유증이 생기지는 않아요. 다만 만성화되는 성격이 강해 신경통으로 발전합니다. 때문에 이가 맞물리는 위치를 바로잡는 스프린트(교합안전장치)를 껴서 턱 근육을 풀어주거나, 약물 치료를 하지요.”

어 교수는 이갈이를 하는 사람 중에 턱관절 장애 환자가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면 중 이를 가는 습관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치아가 뻐근하거나 턱관절 통증이 더 심해졌다면 이갈이를 의심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이를 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근육이 굉장히 뻣뻣해지고 음식을 씹는 힘의 3배 정도가 가해져서 턱관절에 무리가 가는 거죠.”
만약 턱관절 통증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자가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통증이 만성으로 진행될수록 근육 밸런스가 무너지고, 이는 턱관절 디스크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구취, 사회문화적 역치 이하면 괜찮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이 바싹 마른다. 침 순환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고인 물이 결국 썩듯 이 과정이 지속되면 구취가 발생한다.
“구취가 무슨 병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에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에요. 편집증적인 공포를 느끼는 분도 많아요. 사회생활에 큰 장애를 가져오니까요. 그러나 구취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 허용 가능한 역치이냐 아니냐에 따른 것이죠.”

어 교수는 구취를 염려하는 환자에게 검사를 권유한다.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황화수소 수치를 측정해 그 농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침 분비를 원활하게 하는 인공타액을 투여하거나 타액분비 촉진제를 쓴다. 구취가 얼마나 만성화되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개월 정도 치료하면 나아진다.
“내 입에서 냄새가 나는데 상대방은 내가 무안할까봐 얘기를 안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황화수소 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해요.”

구취를 예방하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카페인은 입안을 마르게 하므로 커피나 차, 탄산음료는 줄이는 것이 좋다. 가글 제품은 구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간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이므로 가급적 가글 제품은 피한다.

 

모든 일상은 자기 수양의 과정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건 쉽지 않다.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면 힘이 부치곤 한다며, 어 교수가 털어놓는다.
“이런 스트레스를 환자에게 절대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요. 저도 사람이니까요. 사실 제가 환자분을 100% 안다고는 확신하기 힘들 거예요. 늘 겸손한 마음으로, 교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진료합니다. 환자를 보는 행위, 연구하는 모든 일상이 다 스스로를 수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스트레스성 질환을 많이 다루기에 그는 젊은층의 고민과 힘듦과도 자주 마주한다. 그런 환자들을 완쾌시킬 때면 뿌듯하다. 중요한 일을 앞둔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던 여성 환자분이었어요. 턱관절이 비뚤어져서 입이 돌아간 거예요. 당장 내일모레 식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신부가 얼굴이 그렇게 됐으니, 그분에게 아픈 건 둘째 문제였어요. 결혼식 바로 전날 턱을 맞췄죠. 환자분이 너무 고마워하셔서 기억에 남네요.”

누구보다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만큼 내원하는 모든 환자가 마음을 편히 먹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턱관절 장애는 아무리 진행돼도 영구적인 장애를 낳지 않습니다. 병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아는 게 병’이 된 환자분도 계신데, 모두 술술 털어버리고 잊으셨으면 합니다.”

 

▶Doctor
구강내과 어규식 교수
– 전문진료 분야 : 턱관절장애 및 구강안면통증, 이갈이,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구취, 구강건조증 및 구강점막질환, 비정형성 치통 및 스트레스성 구강질환
– 진료시간 : 화・목(종일), 월・수(오전), 금(오후)
– 문의 : 02-958-93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