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동문제 파악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 ADHD /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

20140506_03▲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참을성 부족, 산만함, 과도한 행동, 일정 시간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경우에도 꼼지락거림을 참지 못함’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ADHD는 아기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영유아기 때에는 주변에서 아이들의 이러한 행동을 넘어가주다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지켜야 할 규칙과 자기 스스로 통제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면서 문제를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때문에 매년 입학철 이후 한두 달이 지나면 ADHD 검사를 위해 소아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아이들이 많다.

 

[사례1] “12개월 남아, 일상생활 유지에 문제가 있어요.”
이 사례는 생후 12개월인데도 행동 조절을 위해 약물을 사용했던 경우다.
만 12개월 된 남아의 부모가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직장에서 일을 할 수가 없고, 이제는 미칠 지경이다’라며 탈진한 표정으로 찾아왔다. 이제 방금 돌이 지난 아이인데 생후 9개월경부터 걷더니, 지금은 뒤뚱거리면서도 뛰어다니다 넘어져 많이 다친다고 한다. 또래 아이들은 밤에 10시간 이상 자고 낮잠도 자고 하는데, 이 아이는 밤에도 길게 자는 법이 없고 낮잠을 잔 횟수는 이제까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부모가 퇴근해 집에 가면 그때부터 놀자고 달려드는데 자정을 넘기기가 일수라고 했다. 한밤중에 재워보려고 차를 태워 드라이브도 시켜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밤에도 쿵쿵거리고 뛰어다녀서 아래층 사는 이웃과 불화도 심각하다. 낮 시간에 육아를 담당한 외할머니가 힘들어해 어린이집에 보냈으나 그곳에서도 아이가 힘이 넘쳐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아이 받기를 거부했다.

 

[사례2] “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심해져요.”
두 번째 사례는 아기 때 문제가 크면서 차츰 나아기질 기대했으나 성장하면서 말이나 행동이 더 많아지고 장난이 지나쳐서 주변에서 기피하는 아이가 된 경우이다.
만 5세남아. 아기 때부터 모든 발달이 빨랐고, 특히 말 배우는 게 유난히 빨랐다. 항상 에너지가 넘쳤고, 호기심이 많아서 외출하면 어디로 튈지 몰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것 또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즉시 해야 했고, 못하게 하면 난리법석을 떨었다. 크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점점 활동 범위가 늘었고, 질문이 너무 많아 유치원 선생님이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동생들이 좋아하는 인형의 목을 잘라서 야채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동생들을 장롱에 가두고 비명 소리 듣는 것을 즐겼다.
ADHD 진단에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자료는 실생활에서 보이는 아이의 행동문제
ADHD는 발생빈도가 해당 연령층의 5~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위의 두 사례처럼 어릴 때부터 증상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유아기에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임상에서 사용하는 주의력 평가 검사 등을 이용하는 것도 어렵다.
때문에 진단을 위한 가장 정확하고 중요한 자료는 실제 아이의 생활에서 보이는 행동문제이다. 즉, 아이를 돌보는 부모나 조부모,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의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 정책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원생 확보를 위해 아이의 행동문제에 대하여 축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고, 부모들도 자기 아이가 ADHD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큰 영역에서 각각 여섯 개 이상의 특징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

1. ‘주의력 이상’ 부분
(1) 조심성이 없어서 잘 다치거나 실수가 많다
(2) 한 가지 놀이를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3) 청력이나 이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른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4) 양치질이나 장난감 정리 등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마치지 못한다
(5) 또래와 함께 하는 놀이나 집단 활동이 안 된다
(6) 다소 오래 지속해야 하는 학습을 싫어하거나 거부한다
(7)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8)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9) 잠드는 게 어렵고 작은 소리에도 잘 깬다

2.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부분
(1) 가만히 있어야 하는 장소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꼼지락거리거나 몸을 움직인다
(2) 아무데서나 뛰어다니고 높은 곳에 기어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3) 움직임이 유난히 많다
(4) 말이 지나치게 많고 질문을 많이 한다
(5) 다른 사람이 말을 끝내기 전에 또는 질문을 마치기 전에 불쑥 대답한다
(6)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7) 장난감을 뺏거나 다른 사람 일을 방해한다

높은 집중력과 몰입도는 ADHD아동의 특징 ‘주의력결핍’은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ADHD 아이들만의 특징도 있다. 아이가 자기 좋아하는 놀이나 게임 등을 할 때는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몰입해 불러도 모르고 끼니도 거르면서 몇 시간씩 지속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많은 부모들이 ADHD는 ‘주의력결핍’ 증상이 있다는데 자기 아이는 이렇게 집중을 잘하는데 왜 ADHD냐고 반박한다. ‘주의력결핍’이란 주의력이 아예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물이나 상황에 적절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아동에 대한 치료 이전에 부모의 ADHD에 대한 이해가 우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없으면 성인까지 문제 지속
ADHD의 치료는 정확한 진단 과정을 거치고 난 후 계획적으로 시행된다. 첫 번째 사례처럼 6세 이전에 약물을 쓰는 경우는 드물며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부모를 대상으로 한 ADHD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다. 질병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고, 당장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치료 약물에 대한 지식을 배운다. ADHD가 있는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터득해야 한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 사회성 훈련, 언어 및 학습 훈련, 놀이치료를 통한 또래관계 및 충동조절훈련 등을 병행할 수 있다.

ADHD는 영유아기에 시작해서 반 수 이상이 성인기까지 문제가 지속된다. 따라서 전문가와 상의하여 정확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한 번 진단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두세 군데의 소아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간차를 두고 진단을 받을 필요도 있다.

전문의와의 상의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의학적 감별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DHD냐 아니냐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ADHD처럼 보일 수 있는 정신과적 문제는 물론 신체적 장애 예를 들어 아토피, 천식, 뇌발달장애, 부비동염, 만성 철결핍성 빈혈 등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지금의 애니메이션 왕국을 세운 월트 디즈니,
어린 시절의 엄청난 호기심이 현재의 에너지가 된 스티븐 스필버그
성인이 되어도 문제가 남을 수 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훌륭한 인물 중에도 ADHD에 부합하는 경우가 꽤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경우 예술, 건축,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워낙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벌이다 보니 미완성 작품이 많았다. 살바도르 달리 역시 뛰어난 예술가임은 틀림없었으나 충동적인 성향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누를 끼친 흔적이 많이 드러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를 설립한 월트 디즈니가 엄청난 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ADHD의 특징 중 하나인 끊임없는 호기심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서 제시한 [사례2]는 ‘죠스’, ‘ET’ 등을 만든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서전에 나오는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ADHD라고 해도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Doctor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
– 전문진료 분야 : 소아・청소년 클리닉, 학습장애, 성인 ADHD클리닉
– 진료시간 : 화・목(오전), 월・화(오후)
– 문의 : 02-958-85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