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생명에 바치는 ‘살아 달라’는 간절함 / 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

20140506_02▲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

 

손을 대는 게 미안할 만큼 작다. 태어남은 축복받아 마땅한 일, 그러나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엔 먹먹함이 일렁인다. 남들보다 조금 빠르기에 엄마 품이 아닌,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미숙아. 조심조심 아이를 진료하는 최용성 교수가 속삭인다. 다 괜찮다고. 이 선생님이 너를 꼭 살리겠다고.

“엄마 잘못이 아닙니다.”

‘응애’하고 첫 울음을 터트리자마자 어디론가 급히 이동한다. 막 세상의 빛을 본 아이가 향한 곳은 ‘신생아중환자실.’ 흔히 칠삭둥이라 불리는 미숙아가 모여 있는 곳이다. 의료 기기에 의지한 채 인큐베이터에서 잠든 아기를 보며, 엄마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린다.

“만삭을 임신 40주로 봅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를 미숙아로 간주합니다.” 신생아중환자실 실장을 맡은 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의 말이다. 미숙아에게 생기는 합병증을 치료해 잘 자라도록 돕는 게 그의 일이다. “최근 들어 미숙아 출생률이 계속 오르고 있어요. 신생아 100명 중 15명이 미숙아로 태어나지요.” 최 교수는 그 주요 이유로 산모의 자궁이나 태반이 약할 경우, 스트레스와 피로의 누적, 임신과 출산의 고령화를 꼽는다.

사회적 배려의 부족함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 아이 가졌다고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무리하는 임산부가 얼마나 많은가. “미숙아를 출산한 산모 대부분이 심한 죄책감에 싸여 있어요. 늦게까지 일하며 몸을 혹사한 바람에 아이가 빨리 나왔다며 매일 울죠.” 엄마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이며, 최 교수는 오늘도 입술이 허옇게 부르트도록 미숙아를 돌본다.

 

미숙아 치료가 중요한 이유, 합병증
미숙아의 덜 성숙한 장기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이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폐포가 작은 데다, 폐의 팽창을 도와주는 폐표면 활성제도 부족해 호흡 곤란이 오기 쉽다. “인공 폐표면 활성제를 투여합니다. 미숙아의 사망률을 대폭 줄인 아주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덕분에 생존 한계가 기존의 28주에서 22~23주로 내려갔어요.”

심장도 마음 놓을 수 없다. 폐동맥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동맥관이 닫히지 않고 계속 열려 있는 대동맥 개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보다 약물치료를 주로 하고 있지만, 뇌출혈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최 교수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뇌실 내 출혈. 뇌 안에 있는 뇌실 혈관은 매우 약해서 스스로 출혈이 잦다. 그래서 혈관이 충분히 튼튼해지는 35주 전에 태어나면 출혈 위험도 커진다. 문제는 이 출혈이 뇌성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뇌실 내 출혈을 4단계로 구분합니다. 출혈이 1단계면 뇌성마비 발병률은 5% 미만이지만, 3단계면 50%, 4단계면 70%로 올라가죠. 뇌실 내 출혈은 아무리 예방하려 노력해도 아이 상태에 따라 많이 달라져서, 뇌성마비를 줄이는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모든 과가 집중
최 교수는 여러 과와의 긴밀한 협업을 경희의료원 신생아중환자실의 가장 큰 장점이라 말한다. “단 한 명의 미숙아라도 산부인과, 외과, 안과 등 모든 과가 아이를 살리는 데 집중합니다. 협력이 잘되고 있어 안심하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어요.” 시설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총 18대의 인큐베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1,000g 미만의 미숙아에게 적합한 특수 인큐베이터도 3대나 된다.

아이가 퇴원하는 날이면 잔치가 벌어진다. 아이 엄마가 떡을 해오고 그동안 고생한 의사, 간호사 선생님과 사진도 찍는다. 최 교수도 그렇게 받은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23주에 550g으로 태어났던 아이가 기억나네요. 너무 작아서 제 손바닥만 했어요. 그 아이를 2,200g이 되도록 키워내 퇴원시켰을 때 참 뿌듯했습니다.”

 

처칠도, 아인슈타인도 미숙아였던 걸 아시나요
최용성 교수가 미숙아 돌보기를 천직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었던 때는 2007년 캄보디아 캄퐁참에 공중보건의로 파견됐을 때. “당시 프로젝트 연구비로 받았던 3만 달러로 2.5평 규모의 신생아실을 만들었어요. 아기 바구니도 18개 들여놓고 중고 인큐베이터도 2대나 기증받아 운영했죠. 아이들을 돌보며 제가 진짜 가야 할 길을 알게 됐어요. 은퇴하면 캄보디아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겠다는 꿈도 이때 생겼죠.”

최 교수는 위대한 정치가 처칠도, 천재 과학자 뉴턴과 아인슈타인도 모두 미숙아였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미숙아란 세상 누구보다 강한 존재. “미숙아가 검사로 바늘에 찔리는 횟수가 한 달에만 1천 번인 거 아세요? 석 달이면 3천 번이죠. 미숙아는 이 모든 걸 참고 이겨낸, 정말 경이로운 생명이에요. 간혹 아이가 좀 크면 공부 안 한다고 혼내는 분도 계세요. 그럴 때마다 기억해 주세요. 제발 살아만 달라고 기도했던, 처음의 그 간절했던 마음을.”

 

▶Doctor
소아청소년과 최용성 교수
– 전문진료 분야 : 초극소저체중출생아, 초극소미숙아, 신생아질환, 선천성 기형, 고위험 임신 태아 관리, 신생아 가사
– 진료시간 : 수(오전), 금(오후)
– 문의 : 02-958-827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