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
인터뷰를 위해 여승근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국외논문 SCI(E) 100편 만들기’라는 제목 아래 1번부터 87번까지 번호가 붙어 있는 논문들이 바로 그것이다. 머지않아 100개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으며 귀 질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기관, 귀
귀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다. 더불어 균형 감각을 조절, 유지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귀에는 미각에 영향을 주는 고삭신경, 얼굴 표정을 조절하는 안면신경 등도 지나고 있다. 그래서 귀에 문제가 생기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초래된다.
몇 년 전 여승근 교수는 소아비만과 중이염의 관련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이염이란 귀 안쪽 중이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인데, 이 때문에 맛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단맛과 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자꾸만 강한 자극의 음식을 찾게 되고 음식 섭취량도 증가해 당뇨, 고혈압, 그리고 비만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이 있으면 70% 정도에서 천식이나 만성염증성 질환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중이염의 발생률이 높습니다. 비만 환자는 일반인보다 미각이 둔감한데, 이 또한 중이염이 미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중이염이 비만의 원인이 되고 비만이 중이염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논문 발표 후 여승근 교수는 미국, 캐나다, 인도 등의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국내 여러 방송에도 출연했다.
귀 질환은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는 필수
여승근 교수가 인터뷰 내내 반복, 강조한 이야기가 있다. ‘이상이 느껴질 때는 자가 진단, 자가 치료하지 말고, 바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고 병을 키우지 말라는 것’이다. 그만큼 귀 질환은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영유아는, 난청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언어학습에 어려움을 겪음은 물론 정서 발달, 두뇌와 학습 발달에 악영향이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소아 난청은 천 명에 한 명꼴로 발생하는 매우 빈도가 높은 질환이다. 이미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를 필수 검사로 정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여 대부분 검사를 받고 있으나, 아직 필수 검사로 지정되진 않았다. “신생아 난청은 최소 생후 6개월부터는 청각재활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청각재활치료로 보청기를 착용해야하고, 보청기를 착용해서도 청력이 좋아지지 않으면 인공와우 수술을 해야 합니다. 난청은 아이들의 두뇌발달, 정서발달 그리고 나아가 사회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꼭 검사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소아 난청의 가장 큰 원인은 중이염이다. 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자주 걸리는데 어른과는 달리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코감기나 목감기가 이관을 통해 귀로 올라가 중이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중이염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 중이염에 걸리면 귀 통증이 심하고, 고막이 붓고 충혈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귀에서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대부분은 약물치료를 받으면 쉽게 좋아지지만 일부는 고막 안에 물이 차고 청력이 나빠져 만성 중이염으로 이어진다. 또한, 중이염으로 인해 어지럼증이나, 안면마비, 뇌막염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이동식 음향기기의 발달로 소음성 난청 환자 급증
“과거에는 중이염에 의한 난청, 노화에 의한 노인성 난청, 군인, 광부, 건설업자 등 특정 직업군에서의 직업성 난청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소음환경에 쉽게 노출되면서 소음성 난청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용 음향기기의 보급과 함께 많은 이들이 시끄러운 곳에서 이어폰을 끼고 큰 소리로 오랜 시간 음악을 듣고 있는데, 이것이 귀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조용한 방의 소음이 40~50dB, 대화할 때가 50~60dB 정도인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 보통 90~121db 정도의 큰 소리로 음악을 듣다 보니 청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승근 교수의 설명이다. “급성 난청은 치료를 받고 쉬면 금세 나아지지만,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달팽이관 자체가 망가지기 때문에 보청기를 끼거나 인공 와우 수술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 또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난청과 연관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청 때문에 청력이 떨어지면 바깥 소리를 못 듣게 되고 대신 안에 있는 소리가 크게 들리게 됩니다. 난청 환자의 70% 정도는 몸 상태가 안 좋거나 피곤하면 이명이 나타납니다. 이명 환자의 약 50%는 난청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꿈을 이루고자 걸어온, 걸어갈 길
어려서 몸이 좋지 않아 자주 병원에 갔다는 여승근 교수. 어린 그는 환자를 치료해주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커보여 의사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그래도 아버지처럼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기도, 대학 땐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의과대학 교수가 됨으로써 전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하는 셈이죠.”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사례의 환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그래도 치료를 받은 환자가 증상이 호전될 때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갈 때면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항상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병에 대해서는 연구를 통해 치료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실력과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갖춘 의사로 남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Doctor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
– 전문진료 분야 : 중이염, 난청, 이명, 안면신경마비, 현훈, 보청기, 인공와우
– 진료시간 : 화(오전) / 월, 목(오후)
– 문의 : 02-958-84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