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표현하고 자아를 찾는 과정
소망을 적은 스티로폼과 색색의 색지들이 만나 예쁜 꽃이 피어난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내면의 감정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해낸다. 꽃다발이 모습을 찾아갈수록 마음은 편안해지고, 상처는 점차 치유된다. 이 순간 모두 예술가가 되는 곳, 경희의료원 ‘미술 치료’ 현장이다.
내면의 ‘나’를 담아내는 과정, ‘미술 치료’
미술 치료(담당교수 심재준・소화기내과)는 예술심리치료의 한 분야이다. 미술활동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정신적・육체적 긴장을 완화하는 치료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과 생각을 미술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하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자아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경희의료원은 2012년 12월 의료진 대상의 미술 치료를 처음 실시한 뒤, 지난해부터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집단 미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집단 미술 치료는 참가자를 소그룹으로 나누어 그룹이 함께 치료를 받게 하는 것으로,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경희의료원 집단 미술 치료는 1주에 2번, 총 3주에 걸쳐 진행된다. 사전 접수를 통해 등록한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집중적 치료를 진행함으로써 효과를 높였다. 또한, 비정기적으로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강좌도 진행한다. 과정은 미술치료사인 한경아 교수(경희대 교육대학원)가 맡는다.
Arts Psychotherapy and Cancer Care ‘암환자와 예술심리치료’
“미술 치료? 난 그림을 못 그리는데….”
미술치료사로 일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환자들은 ‘미술=그림’이라는 생각에 선뜻 미술 치료를 시작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술 치료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거나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결과 중심의 활동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선을 긋거나 이미지를 표현해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가는 과정 중심의 시각적 활동이다.
미술활동을 하는 동안 환자는 잠시라도 ‘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의식에 접근해 창조의 즐거움과 심리적 이완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에게 집중하는데, 이는 힘을 잃은 환자에게 힘을 주고 통제력을 찾아준다. 또한, 환자가 상징적 대상(심리적 대상)과 색(의미)을 사용하며 작업에 몰입하면서 내적인 힘과 긍정적인 자질을 이끌어내,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주게 된다. 미술 치료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건강한 자기 에너지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기회를 얻게 해, 한 인간으로서 원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과연 미술 치료가 암을 치료할 수 있는가? 정답은, 아니다. 미술 치료가 암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다. 환자가 하는 미술활동은 암을 제거하여 완쾌시키는 치료적 개념이 아니라, 암 환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유의 개념이다. 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화시키고, 병원 치료의 적응력을 높여주어 자기 삶의 주도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데에서 미술 치료의 효과를 찾을 수 있다.
경희의료원에서는 암환자 대상의 집단 미술 치료를 진행한다. 환자를 지지하는 치료환경을 조성한 후, 환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게 하여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긍정적인 자기 회복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집단 치료에 대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환자들이 각기 다른 삶의 단계에서, 병을 인식하는 단계가 서로 다름에도 집단 미술 치료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 힘은 바로 집단 미술 치료가 만드는 ‘작은 사회’에 있다. 이 사회 안에서 환자들은 질병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되며, 질병으로 고통 받는 상황을 서로 공감하며 위로받는다. 또한, 집단 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소외감에서 벗어나 실제 사회적 경험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든다.
많은 환자가 미술 치료를 경험하고 난 뒤, 초기에 가졌던 ‘미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줄었노라 말했다. 암 때문에 자기 집중에 어려움을 겪던 환자도 미술 치료에 참여하는 동안 자기 주도성을 회복하고, 작업에 집중하며 즐거워했다. 병을 이겨내는 데 자기 주도성은 중요하다. 주체성을 갖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암’이라는 병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