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행복 지키는 치매 파수꾼 / 신경과 박기정 교수

박기정-교수▲신경과 박기정 교수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없어지다’를 의미하는 치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치매의 치료와 연구에 십 수 년 간 매진해 온 박기정 교수는 ‘모든 환자와 가족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일상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박 교수의 제안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의술과 인술로 접근하는 치매
일부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치매가 심각한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대한치매학회가 발족된 지 13년. 비록 역사는 짧지만 치매 연구에 매진해 온 전문의를 중심으로 꾸준한 병리연구와 임상치료가 이뤄진 덕에 현재 국내 치매 치료와 환자 관리는 해외 유수 의료 선진국들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지난 2006년 대한치매학회 우수논문상 수상 외에 다양한 연구 성과로 실력을 인정받은 경희의료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 역시 국내 최고 치매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특히 치매, 기억장애, 경도인지기능장애, 뇌졸중 등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 대한 열의가 남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치료 관련 뇌질환 연구에 대한 투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치매는 질적인 노후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원인 질환만 70여 가지에 이르는 치매는 크게 퇴행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분류할 수 있다. 기억장애와 함께 언어장애, 시공간 인지저하 증상이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가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라면,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뇌출혈 이후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뇌기능 장애다. 심각한 감정조절 장애나 무기력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치매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치매 진단은 일반적으로 ‘ABCD’ 원칙을 따릅니다. A는 일상생활능력, B는 행동심리문제, C는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것이고, D는 퇴행성 및 혈관성 치매가 아닌 갑상선질환이나 비타민결핍 등 내과적인 원인의 여부를 진단하는 것입니다. 즉, 신경심리검사를 진행하는 것이죠. 이후 다른 병변을 확인하기 위한 MRI, CT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환자의 신체 이상을 진단하기 전에 심리상태를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것도 박 교수의 몫. 인간의 가장 심오한 영역을 책임지는 만큼 의술은 기본, 인술로써 환자들을 살피는 그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관건
“ 노인 질환을 다룰 때는 환자의 특수한 신체적·심리적·환경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감안해야 합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증상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환자, 보호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며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치매가 의심되면 보호자, 환자와의 대화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우선 보호자를 통해 최근 일들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습득한다. 가족모임, 명절, 제사 등 사실 정보가 환자의 기억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기억장애 여부를 판단한다. 치매 초기에는 최근의 일에 대한 기억장애가 나타나는 반면, 옛날 일을 잘 기억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전 기억까지 사라지게 된다고 박 교수는 설명한다.사실,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치매는 발병 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보다는 관리를 통해 진행을 늦추는 질환이다. 하지만, 원인이 뚜렷한 치매는 조기 진단과 치료만 잘 이뤄지면 발병 전 일상생활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한다.“보행 및 배뇨장애와 함께 인지저하를 호소한 어느 뇌수종 환자는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치료를 통해 문제 기능이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환자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환자에게는 새로운 삶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신비로운 뇌 연구를 향한 열정
인간에게 신비로운 영역으로 남아 있는 뇌를 연구하고 관련 분야를 진료하는 일이 매력적이라는 박 교수. 그 열정을 입증하듯 대한치매학회의 우수논문상, 경희고황의학상 수상 등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뇌는 작은 손상으로도 큰 이상을 초래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뇌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치매는 역사가 100년이 됐지만 1990년대 들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죠.”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마음으로 박 교수는 현재 또 다른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치매 환자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수면문제가 그것. 치매 환자의 수면패턴 및 수면과 관련된 질환 여부에 관심을 갖고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전문의의 길을 걸어온 지 17년. 아직 달려갈 길이 멀다는 박 교수의 말에는 참 의술을 향한 의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환자와의 깊이 있는 소통의 가치
경희의료원 신경계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환자들의 진료실적 평가를 통해서도 유수의 병원 가운데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풍부한 임상경험이 환자 진료에 있어 좋은 결과를 낳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한다. 물론, 각 의료진의 뛰어난 역량도 한몫을 한다. 여기에는 박 교수의 열의와 신념이 차곡차곡 녹아있음이 분명하다.“명의는 꾸준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진료 및 교육환경, 연구 등 모든 면에서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봐요.”환자 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박기정 교수. 환자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진료에 적용한다는 그의 열정이 수많은 치매 환자에게 희망을 의술을 선보일 것을 기대해본다.

 

▶스마트 체크!◀ – 치매 자가진단 테스트

□ 필요한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하는 것이 어렵다.
□ 물건 구입 시 정확한 액수 지불이 어렵다.
□ 재료를 준비해 요리를 하거나 혼자 밥상을 차리는 일이 어렵다.
□ 청소, 설거지, 수리, 손빨래 등 집안일을 예전처럼 하지 못한다.
□ 택시나 대중교통 이용 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가까운 상점이나 약수터를 혼자 찾아가는 것이 어렵다.
□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약을 챙겨 먹지 못한다.
□ 공과금 납입, 통장관리, 재산관리 등을 혼자 하지 못한다.
□ TV, 세탁기, 청소기, 헤어드라이기 등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
□ 옷, 안경, 지갑,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혼자서 관리하지 못한다.
□ 열쇠나 비밀번호를 이용해 대문을 열거나 잠그지 못한다.
□ 사전에 계획된 집안 행사나 큰 모임 등의 약속을 잘 잊어버린다.
□ 최근 한 달 동안 있었던 국내외 중요 뉴스를 기억하지 못한다.
□ 예전부터 해오던 화투, 장기, 바둑 등 취미생활을 잘 하지 못한다.

*8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된다면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 대한치매학회

 

치매 진단을 위한 주요 검사

1 뇌 인지기능검사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 계산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등을 확인한다.

2 혈액검사
신체 장기나 조직에 병변이 있을 시 성분 변화 감지를 통해 진단에 도움을 준다.

3 뇌파검사
뇌병변 및 특이한 파형을 나타내는 신경질환, 의식장애 등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4 PET 검사
뇌 신경세포의 활동성과 기능을 잘 파악할 수 있어 치매 조기 진단에 도움을 준다.

 

▶Doctor
신경과 박기정 교수
– 전문진료 분야 : 치매(알츠하이머, 혈관성), 기억장애, 경도인지기능장애, 뇌졸중
– 진료시간 : 화(종일), 목・토②(오전), 금(오후)
– 문의 : 02-958-8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