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소리 없이 다가온 불청객 / 직업환경의학과 임신예 교수

임신예▲직업환경의학과 임신예 교수

 

산업 발전은 새로운 직업들을 만들어 냈고, 직업환경을 바꿔 놓았다. 어제의 일이 오늘은 사라지고, 어제의 신선함이 오늘은 진부함으로 바뀌는 시대이다. 일터의 변화는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작업성・환경성 질환을 만들어냈다. 육체의 고단함을 줄인 대신 우리는 감정에 상처입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감정노동자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많은 사람이 서비스업을 생각하면 ‘미소와 친절’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유독 우리는 서비스업 종사자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상이 별로라고 쉽게 평가한다. 그러나 반대로 놓고 생각해보자. 왜 서비스업 종사자는 항상 웃어야 하는 걸까. 이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감정의 변화가 있기 마련인데, 단지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웃어야 할까?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장시간 감정노동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마음을 다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이 고장 났다. 어떻게 할까? 바로 제조 회사의 서비스센터에 전화할 것이다. 출장 A/S 서비스를 신청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다. A/S 서비스 후 하루 이틀이 지나면, 제조회사의 상담원으로부터 ‘서비스 직원의 친절도 등에 대한 평가 전화’가 걸려온다. 이런 사유 때문인지 A/S 직원의 일부는 이런 전화가 올 것이며 좋은 평가를 부탁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의 평가가 각종 성과보수와 앞으로의 계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부분 현대인은 어떤 직업이든 약간의 감정노동을 수행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도 높은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직업이 서비스 판매직 종사자이다. 감정노동의 대표적인 연구자이자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 캘리포니아주립 교수는 1983년 미국 델타 항공사의 승무원 교육을 참관하고 그들을 면접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작된 마음: 인간 감정의 상업화(The Managed Heart: The Commercialization of Human Feeling)’란 제목의 책을 발표했다. 혹실드는 이 책을 통해 항공사 승무원은 신체를 사용하는 ‘육체노동’과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정신노동’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기분을 다스려 표정이나 신체 표현을 통해 외부에 드러내 보이는 감정노동’을 수행한다고 제시했다. 책이 발간된 후 감정노동자, 감정체계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고, 미국사회학회는 감정사회학 분과를 만들었다. 감정노동은 전통적 육체노동과는 다른 차원의 노동이다. 또, 육체노동처럼 스트레스가 따른다. 본인의 실제 감정을 억누르고 소비자의 감정에 맞추는 감정노동에 장기간 노출되면 결국 감정적 소진(burn out)과 우울증 등의 건강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자세
대한민국은 ‘Dynamic Korea’라고도 불린다. 이는 적극적이고 역동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하려는 면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자신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타인도 힘들게 만든다. 그럼 어떠한 자세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의 자세일까? 자신을 존중하는 자세를 바탕으로 남을 배려하는 자세, 타인의 감정 또는 심정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늦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 있는 자세,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데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 선행되어야 할 점은 경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장시간 과중한 업무를 해야 하는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현대인의 직업병 VDT 증후군
VDT란 ‘영상단말기’(Visual Display Terminal)의 약자로, VDT 증후군은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같은 컴퓨터 주변장치를 장시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말하는데, 주로 직장인과 학생에게 나타난다. 어깨, 목, 허리 등의 근골격계 통증이 나타나며 손과 손목 부위가 저리기도 하다. VDT 증후군은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이며, 그 증상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일자목 증후군
스마트폰・PC를 사용할 때의 잘못된 자세와 습관은 일자목 증후군과 같은 여러 가지 경추질환을 일으킨다. 휴대기기로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습관적으로 반복되면 목에 통증이 생긴다. 특히, 장시간 눈높이보다 낮은 위치의 화면을 내려다보면 경추(목뼈)는 정상의 C자 모양이 아닌 일직선으로 뻗게 되어 거북이처럼 구부정하게 앞으로 목이 굽어 나오는 형상을 띄게 된다. 공식적인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거북목이라고 하며, 증세가 심하면 목 디스크까지 생긴다. 예방을 위해서는 컴퓨터 모니터 상단을 눈높이에 맞추거나 화면의 중앙을 눈높이보다 10~15도 아래로 맞추고, 컴퓨터 자판을 사용할 때 팔꿈치는 80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손목을 지지하는 등 작은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지만, 이미 일자목 증후군이 진행된 상태라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허리디스크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3명이 신체 특정부위 통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컴퓨터 작업이 많은 30~40대 회사원 중에는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직장인은 의자에 앉을 때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등받이에 등이 닿도록 해야 한다. 의자 높이는 무릎과 발목이 90도 이내가 되도록 조절하거나, 10cm 정도의 발 받침대 또는 방석으로 높이를 교정하는 것이 좋다.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는 너무 낮은 세면대는 좋지 않다. 양쪽 무릎을 20도 정도로 구부리거나 한쪽 발바닥에 10cm 정도의 발 받침대를 대고 무릎을 구부려 허리 유연성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또한, 앉을 때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손목터널 증후군
모바일 중독이 심할 경우 우울, 불안, 수면장애, 적응장애 등의 정신적 질환뿐만 아니라 신체적 질환 또한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손목터널 증후군’이다.
사람의 뼈 206개 가운데 한쪽 손에만 열네 개의 손가락뼈와 다섯 개의 손바닥뼈, 여덟 개의 손목뼈 등이 있다. 전체 뼈의 25%가 양쪽 손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수많은 힘줄과 인대이다. 과도한 컴퓨터 및 휴대전화 사용은 힘줄과 인대를 혹사시키는데, 손목터널이 좁아져 이 부위에 지나가는 정중신경을 압박해 엄지손가락부터 3~4번째 손가락의 손바닥 쪽으로 저림이 동반되는 증상을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한다. 또, 손가락의 힘줄 일부가 두꺼워져 손가락을 구부리고 펼 때 손마디까지 통증이 생기는 방아쇠 손가락이 생긴다. 온종일 스마트 기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손목이 아프고 손가락 통증, 저림과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 심하면 아예 힘을 못 쓰거나 글씨 쓰기, 전화번호 누르기, 단추 잠그기 등 아주 일상적이고 쉬운 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
[생활 속 VDT 증후군 예방법]
– 50분 작업한 후에는 10분, 2시간 일을 했다면 15분 휴식한다.
– 휴식 시간에는 스트레칭을 통해 긴장한 근육을 이완시켜준다.
– 휴식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 작업 중 잠깐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의 피로를 줄여 주도록 한다.
– 눈의 피로를 줄이려면 밝은 시간에는 블라인드나 커튼을 치는 것이 좋다.
– 모니터의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어 작업하기 편하게 만든다.
– 의자와 책상의 높이를 조절하여 자신의 체형에 맞춘다.
–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한다.
– 직장 상사와 상의하여 해결책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근골격계 혹은 눈에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사와 상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