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향하는 ‘하이브리드’ 한의학 / 침구과 이상훈 교수

이상훈-교수▲침구과 이상훈 교수

 

전통의 명맥을 잇는 침구과
“예로부터 한의학의 주요 치료수단을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고 합니다. 침과 뜸, 그리고 약으로 병을 다스린다는 것이죠. 이 중 침과 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에 활용하는 과가 침구과입니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이상훈 교수가 차분하게 침구과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약을 중심으로 내과적 진료를 하는 한방내과가 있다면, 침구과는 침과 뜸을 이용한 시술에 중점을 둔 ‘한의학의 외과’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전통학문이면서도 그 실용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대에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한의학의 가장 흥미로운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치료 수단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우리 몸 안에 있는 여러 치료점들을 이용하여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침구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침구치료는 장비나 공간에 따른 진료활동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환경에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이야기를 하는 이 교수의 얼굴에 자부심을 담은 미소가 번졌다.

 

 

 

웃음을 찾아주는 침술
“예전에 한 20대 여성이 매우 심한 안면마비 후유증으로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직업이 스튜어디스인 환자였는데, 저희 병원에 오기 전 열심히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대로는 살 수 없어요’라며 절망하던 환자였는데, 끈기 있게 집중 치료한 끝에 결국 성공적으로 완전 회복이 되었어요. 그때 그 환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던 일은 아직도 생생해요.” 이 교수는 자신의 경험으로 안면마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안면마비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부분 7번째 뇌신경인 안면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하며, 한쪽 얼굴의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귀주변의 통증, 미각장애, 눈물조절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말초성 안면마비는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발병 후에는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해주어야 같은 치료에 대해서도 좋은 치료 반응을 나타냅니다.” 안면마비가 발병하면 초기 2주간의 급성기의 경우 염증과 통증 제거를 목표로 침구 및 한약물 치료를 하며, 3주를 전후하여 회복이 시작되면, 마비 근육의 기혈 순환을 촉진하는 안면미세침법, 전동 피부침 등을 병행한다.

경희의료원에서는 환자들이 스스로 올바른 근육 운동 및 마사지를 할 수 있도록 주 3회 기공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또한 이 교수는 안면마비의 치료에 있어 발병초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경의 회복력이 비교적 좋은 시기인 3개월이 지나게 되면 후유증의 단계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불편한 증상이 추가로 생기기도 하고, 예전의 증상이 다 낫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 “얼굴에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자칫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지만, 어떤 상황이든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긍정적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굴 치료는 민감한 부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그만큼 증상이 호전되고 상태가 좋아졌을 때 가장 잘 나타나고 환자들이 고마워하는 곳이 얼굴부위이기도 하고요.” 환자들이 만족할만한 치료결과가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이 교수. 환자들에게 웃음을 되돌려주는 그의 침술에서 사람을 살리는 인술(仁術)이 느껴졌다.

 

21세기, 동서양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로
전해져 내려오는 ‘의서’를 읽고 수련을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한의학. 하지만 이 교수가 이야기하는 한의학의 모습은 달랐다. “21세기의 한의학은 전통의학의 지식과 기술에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과학기술을 접목해서 치료 기술과 도구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침구 치료 도구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죠. 현재는 안면마비질환과 심혈관질환에 대한 한의학의 치료 효과 및 기전 규명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미국의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며 한의학과 침술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던 그는 ‘국제화’와 ‘산업화’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해마다 여러 국제 학술대회의 초청연사로서 한의학 관련 강연을 하고 있어요. MD 앤더슨, 존스홉킨스 대학의 저명한 학자들과 함께 책도 저술하였고, WHO와 NATO 등 국제기구 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는 등 한의학 국제화를 위해 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부분은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여러 구상을 통해 한걸음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정보의 습득이나 치료 기술의 개발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는 이상훈 교수의 목표는 꾸준한 연구 활동을 하며 후배와 제자들에게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멘토가 되는 것. 앞으로 그가 이끌어갈 ‘하이브리드’ 한의학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