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뇌신경세포를 깨운다 / 정신건강의학과 강원섭 교수

강원석-교수▲정신건강의학과 강원섭 교수

 

너무나도 바쁜 요즘 아이들. 놀이터나 운동장을 둘러보아도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놀이가 두뇌 발달에도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자유로운 놀이 활동은 두뇌를 활성화 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일도 공부도, 잘 노는 사람이 더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 활동은 고도의 유희다
‘아빠 어디가?’라는 TV 프로그램이 화제다. 아빠와 아이가 여행을 떠나 함께 놀며 발달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인간은 ‘Homo Ludens(유희하는 인간)’라고도 불린다. 인간의 두뇌 활동 자체가 고도의 유희이고, 인간은 놀이를 통해 인생관과 세계관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문화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놀이는 아이가 사물 및 주위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며 경험을 얻고, 그 경험을 반복하면서 신체적, 지적, 정서적 발달과 창의성 발달을 이루도록 돕는다. 프로이드(Freud)는 아이가 놀이를 하면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며, 이루기 힘든 일을 놀이 활동 속에서 실현하며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보았다. 놀이를 할 때 인간의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놀이가 뇌를 일깨우는 매커니즘
인간만이 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 행동학자들은 대부분의 동물이 교미, 접촉, 놀이 등 삶의 전반에 걸쳐 즐거움을 추구한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 놀이 뇌회로(play circuit)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포유류의 뇌에서 놀이는 주요한 신경행동학적 과정이며 특정 신경회로에서 기인할 것으로 추정된다.
놀이는 소뇌와 대뇌피질을 활성화하여 사고력을 증진시킨다. 새로운 놀이를 경험하게 되면 뇌에서는 이를 의미 있는 자극으로 처리, 특별히 그 자극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소뇌는 다음 행동을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는 과정을 처리하며, 자극정보는 뇌피질을 자극하고 소뇌에서 움직임을 조절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스스로 수정해 갈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자극들은 뇌간(brain stem)에서부터 대뇌피질에 이르는 동안 의미 있는 정보로 재구성되어 기억된다.
즉, 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의 뇌는 발달해간다.

신경전달물질 중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 등의 물질이 놀이 활동 조절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놀이를 통해 분비가 늘어나는 도파민은 행복감과 만족감과 같은 쾌감을 전달한다. 도파민은 의욕을 일으키며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 하며,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고 원하는 목표와 관련된 자극에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순한 쾌락보다는 만족스러운 상황을 예상할 때 분비되며 새로움,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관련이 있다. 또한 놀이를 하면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적절한 수준으로 소모시킨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에서 놀이는 뇌의 본능적 기능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놀이가 다양한 뇌신경 성장인자를 촉진시키는 반면, 놀이 없이는 뇌의 전두엽 집행기능 발달이 더뎌진다. 즉, 포유류의 놀이에 대한 갈망은 뇌신경에 심어져 있으며, 아이로 하여금 그들의 종에 특이한 사회적 뉘앙스를 배우도록 하는 ‘기대되는 사회적 경험 과정’이다.

 

잘 노는 아이가 똑똑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놀이를 선택하게 한 그룹의 아이는 창의력이 높고 과제수행 및 학습에서도 지속성, 끈기를 갖고 높은 성취를 보인 결과가 있다. 놀이가 주는 자발적인 즐거움, 만족감은 억지로 하는 학습보다 훨씬 더 뇌로 하여금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요즘 많이 달라진 아이들의 환경은 그래서 더 놀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